글쓰기/시나리오 베끼기

범죄의 재구성

노오람 2022. 8.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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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집이 이렇게 지저분해서... 앉으세요.

 

인경이 창혁의 가방을 식탁위에 올려놔주자, 창호는 복잡한 심정으로 가방을 바라보다, 열어보면, 맨 위에 창혁과 창호가 같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4.5년 전쯤으로 보인다. 둘은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인경 : (위로하듯) 괜찮아요? 커피라도 한잔 드려요?

창호 : 예... 창혁이가 출소하고 바로 여기로 온건가요?

인경 : 그 전에 휘발류란 사람이 와서 삼춘하고.. 김선생이라고 경찰이 얘기해줬죠? 하여튼 휘발류하고 삼춘하고 창혁씨 얘길 했었어요.

 

가스렌지에 물 올려놓는 인경에게서 천천히 팬하는 카메라.

카메라는 식탁에 앉은 휘발류와 김선생을 비춘다.

 

휘발류 : 내가 김선생님 얘길 했으요. 근게 지가...50억짜리 계획이 있다고.

김선생 : 언제 졸업하는데?

휘발류 : 보름있으면...

김선생 : 최창혁이라고? 애는 어때?

휘발류 : 애는 진국이요. 금호동 띨띨이랑 같이 하다가 달렸는데 띨띨이 이름은 안 불고 지만 학교가고.. 의리도 있고 빠곰하고.

김선생 : 한번 오라고 해.

 

카메라 팬하면 커피를 가져오는 인경. 창호앞에 놔주고, 벽에 기대서서 생각에 잠긴다.

 

인경 : 근데 그 사람. 진짜루 출소하자마자 바로 여기로 왔어요.

 

어디선가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6. 인경 회상 - 김선생 집. 오후.

 

흠뻑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의 인경이 문을 열면,

한손엔 가방을 다른 한손엔 먹다만 사과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창혁.

 

창혁 : (건방지게) 김선생 있어요?

인경 : 누구세요?

창혁 : 딸인가?

인경 : (문 닫으며) 그런 사람 없어요... 혹시 최창혁씨?

 

고개 끄덕거리는 창혁. 인경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와, 농구하듯 사과를 휴지통에 던진다.

 

인경 : 기다려요. 곧 오실 거예요.

창혁 : (둘러보며) 와~ 김선생 부자네. 쩝.. 뭐하고 기다리나. 술 없어요? 아무거나.

인경 : 위스키?

창혁 : 오~ 위스키! 좋지 우리는.

 

(경과)

 

안주삼아 나온 음식을 포크대신 아예 손으로 게걸스럽게 먹는 창혁.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며 러닝머신 타고 있는 인경.

자신을 바라보는 창혁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인경 : 학교에서 바로 오는 길인 가봐요?

창혁 : 좀 아네? 이 바닥 인생이예요?

인경 : 온다고 얘길 들었으니까. 근데 뭘로 들어갔어요? (비웃음 섞인) 강간?

창혁 : 나는 페미니스트야. 왜 이래? 이름이 뭐예요?

인경 : 말 잘 하는 거 보니까 사기꾼이구나.

 

음식 묻은 손가락을 쭉쭉 빨다가, 일어나서, 인경 옆에 바짝 다가가는 창혁.

 

창혁 : 전방 15를 봐야죠. (인경이 째려보자) 진짜래니까. 그래야 가슴으로 산소가 잘 들어오지.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고 흡흡 후후~ 오라이 오라이.... 이 양반이 오늘 오긴 와요?

 

이때, 집으로 들어서는 김선생. 빨간 소방복을 입고 있다.

 

김선생 : 너 뭐냐?

창혁 : 최창혁입니다.

김선생 : 앉아라.

 

창혁 가방을 바닥에 던져놓고 앉는 김선생.

소방복 반쯤 풀고, 담배를 척하니 입에 걸치더니, 소방복 여기저기서 만원짜리 뭉치를 꺼내 인경에게 건네주는 모습. 정지화면. "김선생"이라는 자막 뜬다.

 

창혁 : 김선생님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접시들 사이에서는 최고라고.

김선생 : 피-. 야! 여기 잔 하나 갖고 와라.

인경 : 고만 마셔요.

김선생 : 뭐?

 

노려보는 김선생. 인경이 잔을 준비한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패를 떠보는 김선생.

카드패를 서너 장 떼다가 갑자기 창혁과 본인앞에 카드를 던져놓는 김선생.

창혁도 익숙하게 받은 카드를 정렬해놓는다.

 

김선생 : 휘발류가 나 착하게 산단 얘기 안하디?

창혁 : 착하게 사는 게 뭔데요?

김선생 : (피식~) 50개짜리라고? 영화배우가 몇 명이 필요한데?

창혁 : 총 다섯명. 기술자는 휘발류형이 해주고. 대신 영화배우가 빠꼼해야 됩니다.

 

김선생이 패를 보면 9포카.

주머니를 뒤져 십원짜리 동전 하나를 배팅하는 김선생.

 

김선생 : 배팅해봐.

창혁 : 질 패에는 배팅안합니다.

김선생 : (일어나며) 눈칫밥은 많이 먹었구나. 대충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 남에 돈 50억 먹기가 쉬운 줄 알아?

창혁 : 장소는 안 물어봅니까? 한국은행인데.

 

한국은행이라는 소리에 다시 앉는 김선생.

 

창혁 : (쪽지 건네며) 간단하게 써논거예요.

 

진지하게 쪽지를 읽어보는 김선생.

목을 길게 빼고 쪽지를 훔쳐보는 인경.

창혁과 눈이 마주치자 샐쭉거리며 돌아선다.

 

창혁 : 얘네 다 보험 들어있으니까 아무도 피해보는 사람도 없어요.

김선생 : 못할 거 같은데.

창혁 : 홰요? 추위 타시나보네. 김선생님 아니면 아무도 못해요. 최고잖아요?

김선생 : (쪽지를 찢으며) 다른 사람 찾아봐라.

창혁 : 하 나 이거 참... 혹시 4년전 일때메 그럽니까?

김선생 : 뭐야?

창혁 : 소문이 그일때메 김선생 추위타고 확 쪼그라들었다고 하는데...

김선생 : 소문이 그래?

창혁 : 예. 어차피 우리가 안 먹어도 어떤 새끼들이 먹게 되있는 돈인데 착하게 살면서 보고 있어요 그걸?

김선생 : 소문에? 내가 쪼그라들었다고?

창혁 : 저 삼거리 여관에 있는데 내일 뜹니다. 생각해보고 맘에 들면 오시고 안올거면 그거나 태워요. 괜히 딴 데 가서 이빨 가지 말고.

 

인경에게 장난스런 웃음을 던지고 집을 나가는 창혁.

창혁이 남기고 간 카드패를 뒤짚어본다. 에이스 포카다.

술잔만 빙빙 돌리는 김선생.

 

(경과)

 

다음날 아침.

조깅을 끝낸 인경이 집에 들어와보니, 정장차림의 김선생 차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식탁위에는 창혁이 준 쪽지가 테이프로 다시 붙여져있고.

 

김선생 : 오늘 저녁때 고기 좀 구워먹자. 다섯명쯤.

 

김선생 문 닫고 나간다. "철컥"

 

7. 김선생 집. 저녁

 

"철컥" 문을 열고 나오는 창호와 인경.

 

인경 : 안녕히 가세요.

창호 : 인경씨! 내일 창혁이 화장하는데..

인경 : 내일 제가 좀 바빠서.

 

창호.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다가 길 건너편에 누군가 숨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경 : 경찰일거예요.

창호 :인경씨 삼춘 때문에요?

인경 : 그런가봐요.

창호 : 저기.. 오전에도 바쁘세요?

인경 : 오전요? .. 휴- 알았어요. 전화주세요.

 

인경이 들어가자 경찰이 있다는 건너편을 힐끔 보고 어두운 길로 사라지는 창호.

 

8. 얼매의 병실.

 

소파에 퍼져누워있던 김형사가 급히 몸을 일으킨다.

 

김형사 : 오늘 아침에 정신이 들었답니다.

 

빠른 걸음으로 병실로 들어가는 차반장과 이형사. 김형사.

복부에 붕대 감고 다리에 깁스한 채 침대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 있는 얼매.

얼매 아버지가 사과를 깍고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깎듯이 인사한다.

 

얼매 부 : 반장님. 어려운 때 어려운 일 하시느라고 어려움이 많것습니다.

차반장 : (웃으며) 우리야 뭐 일이죠.

얼매 부 : 지 애비는 나이 칠십에 리아까 끌고 사과 팔러 다니는디 자식새끼라고 하나 있는게 사기꾼놈을 키웠으니 이게 뭔 지랄이래요? 반장님~

차반장 : 나가 계세요.

이형사 : (미소) 이경복씨! 몸은 괜찮아요? (얼매 부 나가자) 몸 괜찮냐고 십새끼야? 여기가 니네집 안방인줄 알어?

 

차반장. 이형사. 얼매를 둘러싸며, 침대를 발길로 툭툭 걷어찬다.

김형사는 노트북을 꺼내놓고 받아 적을 준비를 한다.

 

차반장 : (머리 쓰다음어주며) 야! 얼매! 다 어딨어?

얼매 : 핸드폰 뒀다 뭐해? 전화 해봐요.

이형사 : 이 십새끼 봐라. 확- (의자 집어던지려고)

차반장 : 고만해라. 고수분인데 잡범 취급하면 돼냐?

이형사 : 고수는? 무슨. 사기꾼 새끼죠.

 

얼매를 둘러싸고 낄낄대며 웃는 형사들.

 

얼매 : 하~ 보라고 응? 보라고요. 내가 그냥 다친게 아니고 이게 (다리 쪽) 분쇄성 관절내 경골 골절이고 (엉덩이 쪽) 이거는 대퇴골 전자 개방 골절이니 이게 이게 이 자체로 나는 장애자예요.

이형사 : 이새끼 아주 지능적인체 할라구러네 . 너 한국은행 들어가기 한달전에 흑석동에서 500만원 사기 쳤지? 머리 뽀글뽀글한 아줌마한테.

얼매 : 되도않은 생활비나 벌라고 그런거에요.

차반장 : 너 돈버는 건 좋아~ 좋은데 사회가 이렇게 막 굴러가면 안 되잖아? 어딨냐 다?

얼매 : 진짜 몰라요.

이형사 : 이 개새끼 봐라. 확 대가리를 부셔버려.

얼매 : 진짜 알면 내가 다 얘기하는데

차반장 : 머리 굴리지 말고 첨부터 얘기해봐. 너 500만원 사기 친 날이 최창혁 출소하고 다음날이구만. 그날 만났지? 그것만  얘기해봐.

얼매 : 아.. 그 ... 때 봤어요. 맞어요.

 

9. 얼매의 진술 - 은행

 

핸드백을 맨 아줌마가 은행을 나오는데, 은행원 복장 한 얼매가 뒤따라 나온다.

 

은행원 : 고객님! 지금 500만원 찾으셨잖아요?

아줌마 : 예

은행원 : 그중에 두 개가 100만원이 아니고 90만원 묶음이거든요. 저희가 따로 보내는건데.. 들어오셔가지고 다시 출금서 쓰고 찾아가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얼매. 친절하게 돈 봉투를 넘겨받고 아줌마와 함께 은행으로 들어와 창구쪽을 가리킨다.

 

은행원 : 고객님! 저쪽 2번 창구 아가씨한테 가시면 됩니다.

 

은행원 창구 안으로 들어가고, 아줌마는 2번 창구쪽으로 간다.

 

아줌마 : 여기 직원 한명이 와서...

 

은행안을 두리번거리는 아줌마. 얼매는 보이진 않는다.

은행후문을 나와 복도를 걷는 얼매. 걸음을 빨리하는데,

화장실. 청원경찰이 서부의 사나이처럼 멋지게 총을 뽑는 흉내를 내면서 흡족해 하고 있다.

아무생각 없는 청원경찰.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얼매랑 부딪치고는 사과한다.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 뒤돌아서는 얼매. 정지화면. "얼매"라는 자막 뜬다.

 

10. 얼매의 진술 - 거리.

 

골목을 돌아 주차된 차로 뛰어오는 얼매.

 

김선생 : 얼매야.

얼매 : 오잉! 이게 얼매만여? 일단 탑시다. (두리번) 아 빨리

 

김선생과 창혁이 얼매의 차에 탄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

 

얼매 : 얼매만이냐... 4년만이네. 왠일로?

김선생 : 취직해라.

얼매 : 김선생 손 끊었잖아?

김선생 : 필드가 그리워서.

얼매 : 그러지.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지. 얼매?

김선생 : 50개.

얼매 : 오오~ 그냥 확 맘에 와 닿네. 뒤에 친구는?

창혁 : 최창혁이라고 합니다.

얼매 : 나는 본명은 나도 모른 게 그냥 얼매라고 불러요. 콜록콜록~

김선생 : 너 지금도 약 하냐?

얼매 : 끊은지가 언젠데. 나, 약은 바카스도 안 먹어.

김선생 : 제비는?

얼매 : 요즘 작업중일텐데.

 

11. 얼매의 진술 - 조경란 집 앞

 

쭉 빠진 몸매를 자랑하듯, 웃통을 벗고 도배지 바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제비.

제비가 춤을 추자 풀을 바르던 조경란(여)이 웃는다.

 

살짝 살짝 스텝을 밟으며 조경란에게로 다가와 키스를 하는 제비. 문 두드리는 소리에 조경란 황급히 놀라면서 밖으로 나간다.

 

조경란 : 어떻게 오셨어요?

얼매 : (점잖은 서울말씨) 안녕하십니까. 여기..

제비 : 어- 신과장! 여기 왠일이야?

얼매 : 지나다가... 재수씬가?

제비 : 여보 인사해. 우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창. 은행 다녀.

얼매 : 첨 뵙겠습니다.

조경란 : (수줍게) 예.

제비 : 왠일인가?

얼매 : 너 김선생님 알지?

제비 : 김선생님! 4년 전에 명예퇴직 하셨잖아.

얼매 : 그래도 가금 제자들 생각 나시나봐. 너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제비 : 그래? 선생님 어디 계셔?

얼매 : 이 밑에

제비 : 여보 잠깐만 내려갔다 올게. 대학때 교수님이 오셨다네.

 

그새를 못 참아 조경란에게 키스하는 제비. 정지화면. "제비"라는 자막 뜬다.

 

12. 얼매의 진술 - 주택 앞

 

가볍게 엉덩이를 흔들고 춤 스텝을 밟으며 차쪽으로 걸어오는 제비.

 

제비 : 하 씨발~ 김선생! 뭐야- 남 작업하는데 다 오고. 쪽 팔리게.

김선생 : 너 임마 취직시켜줄려고 그런다.

제비 : 취직 좋지. 야, 얼매야 담배 하나 줘봐라.

얼매 : 콜록- 야 재미지놔봐?

제비 : 살이라고 퍽퍽해갖고... 얼굴 예쁘장한 화류곗년 별맛 없다. (김선생에게) 심새끼 기침 좆나 하네. 약 끊었대?

얼매 : 하여튼 너는 기초 상식이 없어. 뽕 반작대기만 찌르면 그 자체로 기침 딱이야. 내가 기침 한다는 건 임상학적으로 끊었다는 거야.

제비 : 시발놈. 쥬둥아리는.

 

대화를 하면서도 살짝 춤 스텝을 밟던 제비가 춤을 멈추고 창혁을 바라본다.

 

제비 : 근데 저 친구는 누구요?

김선생 : 같이 일 할 사람.

얼매 : 인사해 이름이 최창혁이래.

창혁 : 최창혁입니다

제비 : 잠깐! 뭘 같이 하는 거야 시발? 모르는 아저씨랑은 우린 같이 못하지. 언제 봤다고?

창혁 : 예전에 금호동 띨띨이형이랑 한번 본 것 같은데요.

제비 : 띨띨이형 알아요?

창혁 : 몇 번 접시도 같이 돌리고.

제비 : 어- 그래요?

김선생 : 저녁때 와라. 휘발류도 오니까. 삼겹살 한번 먹자.

제비 : 그 새끼도 와?

얼매 : 야 제비. 니 물바지 나온다.

제비 : (와이프 의식) 선생님! 그럼 저녁때 뵙겠습니다.

김선생 : 어 그래. 다음부터 그렇게 존댓말 쓰고 착하게 살아라. 우리 간다.

 

13. 얼매 진술 - 휘발류 사무실.

 

짧은 바지. 남대문표 티셔츠 차림에 이대팔 가르마를 한 휘발류. 서류에 스탬프를 찍어대다, 문이 열리자 황급히 서류를 감춘다.

김선생 일행이 들어오자, 엉거주춤 일어나, 머리 굽혀 인사하고, 창혁 얼매에게도 인사한다.

 

김선생 : 바쁘냐?

휘발류 : (어정쩡한 열중쉬어 자세로) 차대번호랑 폐차증명서... 도장만 찍어주면... 250준다 그래갖구요... 아르바이트로.

김선생 : 여기 한달 쓰자.

휘발류 : 한달요?

김선생 : 6시까지 우리집으로 와. 늦지 말고.

 

김선생에게 깎듯이 인사하는 휘발류. 정지화면. "휘발류" 라는 자막 뜬다.

 

14. 얼매 진술 - 김선생 집. 저녁. 차고.

 

차고 한쪽에는 소방복, 경찰복들이 죽 결려있고, 창호 둘러보다 박스 하나를 열어보면, 어음과 통장들 몇 개. 김선생 사진 붙은 여러개의 주민등록증. 여권. 수갑등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김선생은 얼굴에 뜨거운 수건을 덮고 천천히 위스키를 마시면서 음악에 취해있다.

얼매는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제비. 거울 앞에서 머리 빗고, 솔로 바지 털며 무료함을 달래다, 괜히 얼매를 귀찮게 한다.

 

제비 : (얼매 책 표지를 보며) 뭐냐? 카프카? 성? 섹스 좋지. 어이 아우님! 접시는 언제부터 돌렸어요?

창혁 : 철들고 시작했죠.

제비 : 어이- 독고다이로 뛰셨나봐?

창혁 : 예. 잘 부탁드릴게요. 성함이?

제비 :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면됐지 뭣 하러 이름까지 알라구래?

얼매 : 철수야! 김철수! 여동생은 영희고. 국민학교 1학년 책보고 빼겼지.

제비 : 빼겼지? 개새꺄 우리 꼰대가 이름질 때 살 세 가마 줬대.

얼매 : 세 가마? 사기당했구만. 우리나라에 철수가 10248명. 영희는 29727명인데 철수하고 영희하고 더해서 쌀 세 가마 곱해봐라. 계산도 안 되지? 서울대 경제학과 나오셨대매?

제비 : (웃으며) 나오셨대매? 저 시발놈이 미친년 보지를 빨다왔나? 라이터로 확-

 

일동 웃자, 기분 좋아진 제비. 창혁에게 담배 하나 달라며.

 

제비 : 아우님 나이가? 소띠? 음.. 내가 말 놓을게. 이거 아나? 술집여자 수술시키는 얘기.

창혁 : 모르겠네요.

제비 : 모르면 물어봐야지.

창혁 : 어떻게 하죠?

제비 : 레이다를 돌리는 거야. 짜.짜.짜.짜.. 그러다 딱! 찾잖아? 돈은 좀 있는데 외롭고 불쌍한 년으로. 대개 술집 혼자하는 냄비들이 그래. 가서 며칠 혼자 술 마셔줘. 아무말 안하고. 그럼 가만히 있어도 지가 딱 말을 걸어오거든.

 

15. 제비 회상 - 술집.

 

위 장면의 제비 대사 깔리면

깔끔한 차림의 제비. 칵테일을 비우고 있다.

조경란이 마티니 한잔을 다시 가져온다.

 

조경란 : 누구 기다리세요?

제비 : (착해보이는 척) 아닙니다.

 

(경과)

 

제비가 나간 자리를 치우던 조경란. 제비의 서류가방을 발견한다.

조경란 마티니 마시면서 서류가방을 열어본다.

우즈베키스탄 맞선 프로그램이라고 적힌 서류를 읽다가 관심 없다는 듯 집어넣고,

명함지갑을 열어보면 삼성생명 박형식 대리라고 적힌 명함들이 나온다.

 

16. 제비 회상 - 복덕방. 낮.

 

화투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형사에게 끌려갔던 건달들)

전화밸이 울리자 한 사내가 일어난다.

책상에 일렬로 네 대의 전화가 놓여있다.

벨이 울리는 전화에는 삼성생명 박형식 대리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다.

헛기침을 몇 번 해서 목소리르 가다듬는 사내.

 

사내 : 예 삼성생명입니다. 박형식 대리님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박대리님. 

 

모두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고 전화를 받는 제비.

 

제비 : 네 박형식입니다.... 아! 제가 거기다 놓고 갔군요.. 제가 오늘 들리겠습니다....

 

화투치던 인간들에게 그것 보라면서 좋아하는 제비.

 

17. 제비 회상 - 술집. 낮.

 

제비 : 제가 마티니를 좋아해요. 이게 영국 처질수상이 즐겨먹던거라.. 이럴게 아니라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조경란 : 그냥 마티니나 한잔 사주세요. 근데 우즈베키스탄에 맞선 보러가세요?

제비 : 2년 전에 아내가... 심부전증으로... 집 한 채 날리고 죽었죠. 재혼도 안되고..

한번 경험도 있꼬 제가 보시다시피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조경란 : 어머 박대리님 얼굴이 어때서요.

제비 : 지금 이건 조명발입니다. 하하...

 

(경과)

 

며칠이 지난 후, 술집. 낮.

 

조경란 : 어제 몇 시에 문 닫았냐?

종업원 : 두시. 언니 그 사람 때문에 그러는구나?

조경란 : 이 미친년아 내가 남자라면 질린 년인데. 그냥 회사도 A급이고 하니까 단골 잡을라고 그러는거야 이년아.

종업원 : 그 아저씨 그렇게 멍청하게 생겼어도 서울대 경제학과 나왔다고 그러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