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람 2023. 4. 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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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병이 바쁜 사이, 손을 뻗어 휴지통에서 찢긴 종이뭉치를 짚는다.

 

-9. 어느 조사실. 낮.

 

곱추 : 지금도 정확히 기억나. 거기 써있던 게. '미라보작전 실패. 경성타겟과 날짜 확인요망'

조사관 : 그럼 영사관에 들어가신 이유가?

곱추 : 김구 선생이 지시로 들어갔지. 작전을 하나 짰거든. 경성삼인방이 우리한테 암살을 의뢰했다. 정인국과 조선군 사령관을 암살하라고. 정인국이나 경성삼인방 다 김구 암살리스트 맨 윗대가리들이란 말야. 근데 서로 사이가 안좋아. 정인국이 조선군 사령관하고 짝짝꿍해서 비행기공장 입찰을 따냈으니까.

조사관 : 일본 정보부가 믿었나여 그걸?

곱추 : 당연히 처음에는 안 믿지.

조사관 : 처음에는 안 믿다가 누구한테 확인했고요.

곱추 : 그렇지. 임시정부 안에 밀정 한마리가 있단 얘기지.

 

 

25. 중국. 봉천역. 밤.

 

출발 직전 기차. 일본군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고 불을 쬐고, 승객들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다. 가방을 멘 옥윤이 앞서 걷는다. 큼지막한 정종 통을 나눠든 덕삼과 상옥이 일본군 사이를 걸어 기차에 오른다. 승무헌병 한명이 정종통을 들고가는 덕삼과 상옥을 날카롭게 보더니, 기차에 따라 오른다. 상옥에게 가는 승무헌병1.

 

승무헌병1 : (일) 그 안에 뭔가?

추상옥 : (일) 팔다 남은 술이요.

승무헌병1 : (일) 열어봐.

추상옥 : (일) 왜요?

승무헌병1 : (일) 조금 얻읍시다.

 

승무헌병이 보온병을 꺼낸다. 덕삼과 옥윤이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추상옥 : (일) 공짜로 못주겠는데.

승무헌병1 : (일) 뭐야? 이 새끼가.

추상옥 : (일) 말했잖아. 공짜는 안 된다고.

 

승무헌병 둘이 기차에 타려 한다. 옥윤이 술을 주라고 고개짓을 하는데 승무헌병1이 창밖을 보다가 옥윤 덕삼을 힐긋 본다. 승무헌병 둘이 기차에 오른다. 지폐를 꺼내느 승무헌병1.

 

승무헌병1 : (일) 한 잔 얻읍시다. 여기는 사케가 귀해서.

추상옥 : (일) 동생같애서 파는 거야.

 

상옥이 술통을 열고 보온병을 넣어 술을 채운다. 승무헌병 둘이 점차 다가오는데, 승무헌병1 손에 든 나머지 지폐까지 낚아채고 보온병을 주는 상옥.

 

승무헌병2 : (일) 뭐야 거기?

승무헌병1 : (보온병을 숨기며, 일) 여긴 다 이상 없습니다.

 

기차가 출발신호를 보낸다. 승무헌병들이 기차에서 내리자, 상옥이 만족스럽게 지폐를 센다.

 

추상옥 : 우리 자금을 쟤네가 대주네.

안옥윤 : 쓸데없이 깡다구 부리지 마요.

추상옥 : (비아냥 섞이게) 누구신가? 우리 엄만줄 알았네. 근데 그대는 왜 사형수가 됐나?

안옥윤 : 상관을 쏴서.

추상옥 : 아이고 내가 대장이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좀 자둘까. 이틀을 달려야 되는데.

 

기차가 출발한다. 상옥이 담요를 덮고 눈을 감는다.

 

 

26. 임시정부. 밤

 

타자치는 대원. 기타 튕기는 대원. 불 꺼진 김구 사무실 창문이 열리더니 염석진이 몰래 들어온다. 벽에 걸린 윤봉길 사진 뒤에서 열쇠를 꺼낸다. 책상서랍을 열고 파일을 뒤진다. 사무실 밖에 발자국소리가 커지자 숨을 멈추고 기다리는 염석진. 말소리가 멀어지자, 김원봉과 회의 하던 때 파일을 찾아 펼치는 염석진. 옥윤, 덕삼, 상옥의 여분 사진들 몇 개가 끼워진 파일을 펼친다. 흥아비행기공업 관련 글들. 펼치면 카와구치 사령관과 정인국 사진이 나온다. 기타소리가 잠깐 멈추더니 김구 목소리가 들린다.

 

김구 : 이게 무슨 노랜가?

기타 치는 직원 : 아골 치나요 뭐 하하하.

 

김구 발자국이 커지자, 황급히 사진들을 주머니에 넣고 서랍을 닫는 염석진. 김구가 사무실문을 연다. 염석진이 문 뒤에 숨는다. 김구가 가방을 내려놓고 밖에 서있는 직원에게 묻는다.

 

김구 : 염석진 대장 지금 어디 있나?

직원 : 밑에 창고에서 등사하고 있습니다. 부를까요?

김구 : 아냐. 내가 가보지.

 

직원이 문을 닫고 나가려한다. 염석진이 발각될 찰나. 김구가 직원을 불러 세운다.

 

김국 : 자네 권총 좀 빌리자.

직원 : 무슨 일입니까?

김구 : 별일 아냐. 총알은?

직원 : 장전할까요?

김구 : .. 아냐.

 

김구가 직원과 함께 문을 닫고 나간다. 염석진이 황급히 열쇠를 윤봉길 사진 뒤에 넣고 창문 밖으로 나간다. 벽을 타고 내려가는 염석진. 뛴다. 창고창문을 열고 들어가서, 등사판을 밀며 전단지를 찍는다. 김구가 들어오자, 피곤한 듯 나오는 하품을 입으로 가린다.

 

염석진 : 선생님! 안 주무셨어요?

김구 : 잠이 와야 자지. 앉아봐.

 

김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