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랑 잤냐?
인경 : 안잤어. 잤으면 알았지.
김선생 : 밤에 피는 장미 많이 약해졌네.
인경 :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고?
김선생 : 보험근 언제 나오냐?
인경 : 일주일안에.
김선생 : 저 새끼가 땅 산다는 얘기 안하디?
인경 : 했었어.
김선생 : 여기? (바닷가 사진 보여주며)
인경 : 나보고 옆에서 빨리 사라고 살살 사발 풀란 얘기야?
김선생 : 옆에서 이빨만 까주면 20프로 줄게.
인경 : 30프로.
김선생 : 으허허. 나니까 너한테 20프로 주는 거야.
김선생. 인경을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의 턱살을 만지작거리다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김선생 : 인경아! 오랜만에 샤워나 한번 같이 하자.
인경 : 이러지 마. 땀 많이 났어.
김선생 : 그래 비즈니스가 우선이지. (툭 치며) 가서 시작해.
91. 창호집. 밤
빠르게 보여지는 인경 샤워장면.
샤워가운을 입고 소파에 누워, 책을 보는 창호를 방해 하는 인경.
인경 : 그곳에다 식당 차리면 나한테 올 거냐고 물었잖아요?
창호 : 음.
인경 : 그런 촌구석은 싫은데.. 우리 서울에 차려요. 좀 천천히 알아봐서.
창호 : 거길 사야되요. 창혁이가 원했던거니까.
인경 : 이해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실망스러운 인경.
창호가 달력을 바라보면, 하루 이틀 날짜가 지나가듯, 달력 날짜를 훑는 카메라.
하루하루 훑을 때마다 디졸브되면,
"환영. 촬영세트장"이라고 적힌 플래그카드가 붙는 00읍
서사장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비장한 표정의 김선생.
서사장 부동산에 집기가 들어오는, 분주한 00읍 거리.
달력 날짜는 마지막에 가서 멈춘다.
92.00읍. 낮. - 서사장 사무실
00읍에 모습을 드러낸 창호.
서사장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김선생 : 준비해 서사장.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다.
서사장 : 사이다 한잔 마셔볼까?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창호.
김선생 : 평상시처럼 행동하는데 조금 세게 나가도 괜찮아.
서사장 : 사장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요즘 여기 경기 괜찮거든요.
김선생 : 5분후에 다시 전화해줄까?
서사장 : 당연히 그렇게 해주셔야죠. 예 예.
창호 : 땅 좀 보러왔는데요. 매물 있는데가 여기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서사장 : 앉으세요.
(경과)
지적도를 펼치고 탁자에 마주앉은 서사장과 창호.
창호는 창혁처럼 굴고 있다.
서사장 : 가만 있어보자. 매물이 나왔는데.. 이천평.. 여기가 좀 세죠. 평당 칠십만원이니까 14억 정도 되지요.
창호 : 뭐 이렇게 비싸?
서사장 : 난리지요 지금. SBS인가 MBC인가 촬영세트장이 들어온다고. 여긴 무조건 사면 돈버는 데죠.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전화소리) 실례하겠습니다. (전화) 여보세요. 아 사모님. 돈 많이 버시죠? 음.. 거기 14억짜리~ 찾는 사람 많죠. ... 그럼 빨리 내려오셔야지 서울에서 전화로 됩니까. 땅이 사람 기다리는 거 아니죠. (끊고) 어떻게? 생각 좀 해보시게요?
창호 : 오라이 오라이. 계약합시다.
서사장 : 시원시원하시네. 지금 할까요? 계약금은 1억4천으로 하죠.
창호 : 지금 은행 닫았으니까 내일 아침 9시에 하죠.
서사장 : 에... 땅이라는게 무조건 계약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잔데 오늘 저녁에라도 서울에서 돈 싸들고 오면 그 사람이 임자지요.
창호 : 하 나 이거 참.. 사장님만 믿어야죠 뭐.
서사장 : 나야 얼굴보고 파나? 돈 보고 팔죠. 아홉시? 내가 믿고 기다려야지.
창호가 나가고, 서사장. 여유있게 전화건다.
김선생 : 게임 오바?
서사장 : 그럼~ 우리한테 걸리면 죽지. 크허허
김선생 : 수고했어.
93. 서사장 사무실
계약서 보고 있는 창호.
볼펜을 내미는 서사장.
창호가 볼펜을 집으려는 듯 몸을 숙이지만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빼어 문다.
창호 : 계약을 하기가 좀 껄끄럽네요.
서사장 : 무슨 말씀이세요?
창호 : 사장님 이빨 까는 거 들어보니까 살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난 비싸서 못 사겠네.
서사장 : 내 이럴줄 알았어. 잘 모르실텐데, 이 땅이 어떤 땅이냐면.. 에.. 80년대 부동산 투기가 한창일 때 알짜배기는 다 나갔지. 그런데 고 사이에 틈새가 있다고. 고걸 찾아내는게 현재 부동산업계에 당면과제라고 볼때, 남들이 미처 모르는 정보! 요런 숨어있는땅! (창호가 일어서자) 내 말을 들어보래니까 젊은 사람이.. 꼭 사고 싶던 땅이라면서?
창호 : 내가 꼭 사고 싶던 땅이라고 언제 그랬습니까?
서사장 : 허허 그러게.. 그런 얘긴 하신 적 없지.
두사람 모두 선수처럼 웃기만 하는데, 실은 기싸움이다.
서사장 패배를 직감하고 고개를 떨구면, 창호 여유만만, 사무실을 나온다.
(경과)
무심하게 천정만 바라보며, 소파에 몸을 푹 묵고 있는 김선생.
서사장. 서류 정리하랴, 짐 챙기랴, 사무실 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서사장 : (타령조) 늘그막에 마빡에 도끼날이 와서 박히는구나.
김선생 : (나직하게) 그 새끼. 처음부터 땅 살 생각이 없었지?
서사장 : (타령조) 그렇지요... 이게 뭔.꼴.이.냐. 허벌나게 강간이나 당하고.. 김선생 우리시대는 끝났나부다.
서사장이 위로해주지만, 쓴웃음만 짓는 김선생.
94. 서사장 사무실 앞. 도로.
각자 짐 들고, 사무실에서 나와 서사장 차까지 걸어가는 서사장과 김선생.
처량한 패배자 모습들.
서사장 : 김선생 어디로 갈거야?
김선생 : 어디로 가나... 일본에라도 가야되나..
서사장 : 일본! 온천이 좋지. 일본말은 좀 하잖아.
김선생 : (자조섞인) 와따시노 헤야니 아까이 덴와가 산다이 아리마쓰.
휘발류가 뱉었던 말을 뱉는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김선생.
이대로 갈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김선생 표정너머로 창호와 인경이 부등켜안고있는 장면이 쉭- 하고 지나간다. (인터컷)
서사장 : 빨간 전화기 세대 어따 쓸라고.
김선생 : 서사장 차 좀 빌리자.
키를 뺏어 차에 오르는데, 가방에서 엽총이 쑥 빠져나온다.
서사장 : 김선생! 그거 약간 추하다~
김선생 : (비장하게) 사람이 나이 먹으면 추해져도 괜찮아.
급출발하는 김선생.
조수석에 던져진 엽총은 차가 흔들리는대로 흔들리는데,
00읍 근처 어디선가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은 창호 얼굴이 떠오른다. (인터컷)
엽총끝에 선 창호 모습이 절묘하게 디졸브되고,
김선생 차는 계속 질주한다... 질주한다.
95. 창호집. 오후
슈트케이스를 챙겨논 인경. 초조하게 시계만 보고 있는데, 베란다 문이 열리더니 엽총과 가방을 든 김선생이 뒤에서 나타난다.
놀라는 인경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 집을 돌아보는 김선생.
김선생 : (2층으로 올라오며) 창혁이는?
인경 : 아직 안왔는데.. 땅은 어떻게 됐어?
김선생 : 여기로 오는거지? 맞지?
인경 : 흥분하지 말고 앉아 봐요. 그사람이 여기로 오지 어디로 가겠어?
김선생 : 그사람? .... (피식) 너 잤구나? 그 새끼랑.
인경 : 몰라도 돼.
김선생 : (툭툭 건들며) 어때? 좋드냐? 응?... 어딜 가? 여기있어. 그 새끼 올때까지.
김선생이 인경을 밀자,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소파에 스스로 앉는 인경.
(경과)
저녁 어스름이 방안을 감싸고,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인경은 계속 소파에 앉아있었는지 몸을 뒤척이고, 김선생은 탁자에 앉아 위스키를 마신다.
1층 문 열리는 소리. 김선생이 엽총을 꺼내들고 계단참에 숨는다.
발자국소리... 창호가 2층으로 올라온다.
김선생 : 오랜만이다. 최창혁!
창호 : (창호답게) 누구십니까?
김선생 : 왜 이러시나 선수끼리.
담배에 불을 붙여 얌전하게 재떨이 위에 걸쳐놓는 창호.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창호 : (창혁답게) 하 나 이거 참.. 실망인데. 그런것까지 들고 오면 이건 당신이 진거야. 나는 질 패에는 배팅안한다고 했잖아.
같잖다는 듯 웃는 김선생.
갑자기 엽총으로 창호를 까면 의자와 함께 넘어지는 창호.
(경과)
잠시 기절했다 일어나는 창호. 손은 수갑에 채워져 뒤로 묶여있다.
스탠드 불빛 하나만 밝혀진 거실.
김선생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고, 인경은 소파에 치마를 여미고 앉아, 둘을 번갈아본다.
재떨이에는 아까 창호가 놔둔 생담배가 반쯤 타고 있고,
김선생 : 자 최선수! 흠흠.. 이 나이쯤 되니까 사람 사는게 말야. 오해는 풀고 상처야 치료하고 감정은 싯으면 돼, 근데 돈이란건 안그런거거든. (창호 통장과 도장 챙기며) 내가 말야 당신 가슴속에 원한. 이런 거 다 인정하는 사람이야. 사람인데... 당신 얼매랑 제비한테 너무했어.
창호 : 얼매야 약만 다시 하면 지가 알아서 인생 망가져줄거고. 제비.. 죄진게 많으니까 그냥 폴리스한테 잡혔으면 십년 살고 나오면 딱인데.. 조경란이가 죽일지는 몰랐지.
위 대사는 아래장면과 화면분활되며 펼쳐진다.
-1. 얼매와 루바인 사던 골목.
얼매에게 루바인 앰플 네 개를 남기고, 하나만 주머니에 넣는 창혁. 미소 짓는다.
혼자 걸어가는 창혁. 앰풀을 길거리에 버린다.
-2. 제비 은신처.
건들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은신처로 들어가는 제비.
제비 뒤를 따라온 창혁.
인경 :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너 나 첨 본날 까페에서 왜 불렀어?
창호 : (멋지게 웃어주며) 어쩔 수가 없더라고... 넌 그날 죽여주게 예뻣거든.
그제서야 창호 팔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러 몸을 일으키는 인경.
창호가 재떨이를 슬쩍 보면, 담배는 마지막 재를 떨구고 꺼진다.
김선샌 : (인경에게) 넌 조용히 해라. (창호에게) 이제 제비가 삥땅친 현금 10개는 돌려줘야지. 땅때메 내가 손해가 많아.
창호 :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을 해? 제비가 어디 파묻었겠지.
김선생 : 그리고 무기명채권 40개도 돌려줘야지.
창호 : (조그맣게 노래를 흥얼거리다)... 안주면 어떻게 할 건데?
김선생 : (잔에 가득 술을 따르며) 이 잔 다 비우면 알게 된다.
웃으며, 한모금 한모금 음미하듯, 천천히 잔을 비우는 김선생.
김선생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창호.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인경이 깬다.
인경 : 50억이라니? 보험금 5억말고 더 있단 말야?
창호 : 그 돈은 얘기 안했나보지? 김선생이 얼마 준다 그러대? 30%? 40%? 나 같으면 보험금 5개 너한테 준다.
인경 : 왜? 날 ... 사랑해서?
이윽고, 담배를 다 핀 김선생. 창호와 인경의 말을 비웃으며, 무언가를 예고하듯, 엽총 총구를 수건으로 동여맨다.
창호 :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 우리 파트너 하기로 했잖아. 그정도는 해줘야지.
인경 : 무슨 댓가로?
창호 : 생각해봐.
이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차임벨소리.
마치 "무슨 댓가로?" 에 대한 답처럼, 인경을 바라보며 웃는 창호.
김선생은 재빨리 엽총을 창호에게 겨누며 귀를 기울인다.
차반장 : 불 어디서 키는 거야 이거. 최선생! 나 차반장이요.
이형사 : 최창호씨 계십니까?
김선생. 살짝 커튼을 열어보면, 서점 앞에 형사 둘(박, 김형사)이 주면을 살피고 있고, 두어대 차량이 도착하고 형사들 내리는데 그중 점퍼형사도 눈에 뛰인다.
나가려는 인경을 잡는 김선생.
김선생 : (나지막하게) 그냥 보내. 그리고... 저 새끼가 사랑 어쩌고 하는 거 다 거짓말인 거 알지?
인경 : 지금 질투해?
김선생 한번 흘겨보고, 여유 부리며, 거울 앞에서 가볍게 루즈를 칠한다.
엽총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는 김선생.
김선생 : 같이 죽자는 거야?
창호 : 물론 같이 살아야지.
김선생 : 어딨어 돈?
창호 : .....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쯤에 선 인경.
인경 : 누구세요?
차반장 : 야 서인경. 최선생 있냐?
인경 : 술 한잔 하고 지금 자고 있어요....
차반자 : 이 양반이 자면 안되지. 이 근처에서 김선생 봤다고 전활해 놓구.
인경 : 내일 아침 일찍 오면 돼잖아요.
계단 벽에 붙은 폴라로이드 창호 사진. 인경은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차반장 : 좀 깨워보라면 깨워봐.
인경 : 내일 오래니까요.
말과는 다르게, 인경이 손가락을 들어 방안을 가리키며 총이 있다는 시늉을 한다.
차반장 천천히 총을 뽑아 계단으로 올라오고, 이형사에게 나가는 척하라고 손짓한다.
차반장 : 그려? 주무시나?..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한테 전화하라고 그래.
인경 : 알았어요.
이형사 크게 발자국 소리 내면서 서점문을 과장되게 열고 닫는다.
차반장. 2층을 박차고 올라와 날렵하게 총을 겨눈다.
차반장 : 가만있어라. 김선생!
그러나, 텅 빈 2층.
베란다로 나가는 차반장. 멀리 언덕에 두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황급히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추적하는 차반장.
96. 창호집. 뒤쪽
창호를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김선생.
전현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으로 자꾸 걸어가는 창호.
김선생이 멈춰 세운다.
김선생 : 잠깐. 돈이 여기다 뒀단말야?
창호 : 다왔어.
김선생 : 돈 여기 없지?
창호 : 풋~ 이렇게 합시다. 원래 김선생 몫이 10개잖아. 내일 내가 그걸 줄게. 근데 공짜는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네.
김선생 : 돈이 인생에 전부가 아냐.
창호 :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내가 그 돈을 주는데.. 다신 사기 치지 말고, 나에대해서도 잊어버리고, 오라이?
김선생 : 너! 그돈.. 그 돈 헌책방.. 헌책방에 있지?
수세에 몰려있지만 여전히 여유만만한 창호. 김선생에게 밀려 뒷걸음질치다, 비탈길로 주르륵- 미끄러진다.
순간, 창호를 잃어버린 김선생.
창호가 미끄러진 비탈길에 자신도 미끄러져 내려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주위를 살피는데,
웅크리고 있던 창호가 김선생을 덮친다.
엎치락 뒤치락하지만 수갑 때문에 불편한 창호가 김선생에게 눌린다.
창호 : 같이 삽시다. 돈이 전부가 아니래메.
김선생 :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단호하게 엽총을 겨눈 김선생. 결심한 듯 방아쇠에 손이 가는데,
주위에서 나무 밟는 소리 "딸깍" 소리에 돌아보면 점퍼가 나타난다.
가볍게 점퍼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김선생. 다시 창호를 바라보면,
김선생 몸이 순간 움찔하면서, 총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
총소리에 놀란 차반장. 황급히 산을 뛰어오른다.
한편,
김선생은 여전히 창호를 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털썩하며 쓰러지는 김선생.
김선생 가슴에 총구멍으로 피가 쏟아지고, 점퍼는 총을 든 채로 김선생을 무심히 바라본다.
차반장. 현장에 도착하고는 망연자실 한숨을 짓는다.
97. 창호 집. 1층. 밤
굳은 표정의 점퍼는 담배만 뻑뻑 피고 있고, 이형사는 창호팔에 압박붕대를 감아준다.
걱정할 거 없다며 점퍼 등을 두드려준 차반장이 창호에게 통장을 내민다.
인경 : 이 사람 아무 잘못 없어요. 김선생이 이 순진한 사람한테 보험금 뺏어갈려고 한거니까. 어차피 자기거라고.
차반장 : 최선생! 잠깐 얘기 좀 헙시다.
창호를 데리고 서점 한 귀퉁이로 가는 차반장.
앰블런스가 도착했는지, 빨간 불빛이 서점 안으로 스며든다.
차반장 : (뜸들이며) 이걸 내가 한번 보여드릴라고. (주머니에서 쪽지 꺼내며) 아이 이게.. 내가 쓴 시인데 .. 틈틈이 .. 난 뭐 아마츄어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읽어나 보쇼.
막 나가려던 차반장. 책 한권이 눈에 띄자 반가운지 뽑아든다.
책이 뽑힌 자리 너머로 책꽂이 뒤에 숨겨 논 만원권 더미가 살짝 보이는데, 차반장은 책에 정신 팔려 못보고, 창호 살짝 책을 밀어 흔적을 감춘다.
차반장 : 이거? 내가 엄청 좋아했는데..
창호 : 그냥 가져가세요.
차반장 : 연락줘요. 야! 뭐하냐? 최창호씨 앰블런스 태워서 팔 치료해드리고 철수해야지.
형사들. 하나씩 서점을 빠져나간다.
창호는 이형사 부축 받고 앰블런스에 타고, 홀로 남은 인경.
98. 창호집. 다음날. 낮
소파에서 자던 인경. 인기척에 몸을 일으키면, 언제 들어왔는지 창호가 휘파람을 불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인경 : 첨부터 내가 필요했지?
창호 : (웃기만)... !
인경 : 내가 경찰한테 사발을 제대로 깟으면?
창호 : 너 똑똑하잖아. 아! 댓가가 있다고 했지?
통장을 인경 슈트케이스에 넣고 인경쪽으로 미는 창호.
창호 : 대신 차 좀 잠깐 쓰자. 그 카페 알지? 그 앞에다 버려놀게 알아서 가져가.
인경 : (피식) 가란 얘기야? 난 또 진짜 사랑하는 줄 알았네 이거.
창호 : (피식) 얘기했잖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고.. 니가 나 좋아 한 거 아냐?
인경 :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창혁이 아니라.. 창호야.
창호 나가자, 인경은 슈트케이스를 내려다보고는, 자신이 과연 승자인지 패자인지 모르겠다느 듯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99.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낮
광장. 벤치.
청룡열차가 굉음을 내며 맑은 하늘에 괴적을 그리며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창호.
점퍼가 다가와 창호옆에 앉는다. 둘 사이에는 묵직한 가방이 놓여있다.
점퍼 : 이거 쥐약 아냐?
창호 : 그냥 드쇼. 먹어도 안죽는거니까.
점퍼 : 정체가 뭐요? 안산에서 시체 하나 없어졌고, 성형외과 의사가 왔다 갔다 하고..
창호 : 다시 보지 맙시다 우리. 당신도 김선생 일부러 쏜거 아니까.
창호가 일어서자, 점퍼도 가방을 가지고 공원을 바져나간다.
(경과)
허니문풍차를 타고 있는 창호.
전화를 받고 있다.
의사 : (목소리) 김선생은?
창호 : 사망...
의사 : (목소리) 얼매하고 휘발류는?
창호 : 6년쯤 받을 거예요. 얼매는 마약이 있으니까 그 이상 받고. 아! 그리고 그 땅 내가 팔아준다고 했죠?
의사 : (목소리) 어떻게 판 거야 그거?
창호 : 사게 만들면 돼죠... 이제 끝났네요.
의사 : (목소리) 그 여자는?
컷어웨이. 카페.
경찰서에서 나와 카페쪽으로 걸어오는 인경을 바라보는 창호.
그녀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다, 잠시 고민, 손을 내렸다가, 다시 창을 두들기는 창호.
의사 : 둘이 잘 어울리던데?
창호 : 끝났대니까.
100. 어느 납골당. 오후.
건들건들, 꽃다발 하나 들고, 납골묘가 늘어선 복도를 천천히 걸어오는 창호.
창호가 한 납골묘에 멈추면, 거기에 환하게 웃는 진짜 창호 사진이 붙어있다.
금연 표시가 있음에도, 담배하나 꼬나무는 창호.
창호 : 시발. 내가 형 복수 해줬다. 좋냐? 이 병신...
직원이 걸어가자 냉큼 담배를 꽃다발 속에 숨기고, 연기를 꾹 참다가, 직원 사라지자 연기 내뿜는 창호.
창호 : 형! 이거 알아야돼. 내가 진짜 멋있게 한건 했거든. 그냥 착하게 살라 그랫는데 존만 새끼들 지네가 최곤줄 알고 까불고 다니잖아? 그래서 작살을 내준거야.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근데 형은 좋겠다. 어떤 여자가 형을 사랑한댄다.
창호. 말해놓고도 웃긴지 피식거리다가, 갑자기 우울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심각해진다.
101. 경찰서 앞 카페
창가 옆 예전 그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창호. 마치 진짜 창호처럼 보인다.
저리 멀리서 인경이 슈트케이스를 끌고 오고 있다.
창호는 그런 인경을 지켜보다가, 예전처럼 창문을 두들겨 인경을 부른다.
인경. 창호를 돌아보는데,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창호와 인경. 그렇게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 인경이 슈트케이스를 끌고 그대로 창호를 지나쳐간다. 창호는 마치 창호처럼 인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점점 창혁처럼 웃더니, 창혁으로 되돌아간다.
창호 : 하 나 이거 참.. (괜히) 아줌마 이 커피가 왜 이렇게 맛이 없어?
창호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천천히 담배, 옷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간다. 화면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