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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시나리오 베끼기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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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피스톨 : 죽일 장소는?

염석진 : 경성.

하와이 피스톨 : 경성? 너무 머네. 너무 넓고. 근데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야?

염석진 : 우리는... 독립군입니다.

하와이 피스톨 : 난 뭐 독립군 이쪽이랑 얽히기 싫은데. 당신들 거지잖아.

염석진 : 한 사람당 이천 불 드립니다. 성공하면 천 불 더 드리고.

포마드 : 삼천불?

 

사사키가 돈 봉투와 사진 봉투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2층에 불이 켜진다. 하와이 피스톨이 계단을 내려온다. 돈을 세는 포마드.

 

염석진 : 날짜는 오늘부터 6일안에. 세 명이 죽었을 때 우리가 신문에서 확인만 하면 됩니다. 만약 실패하면...

포마드 : 어허 잘나가다 초를 쳐?

하와이 피스톨 : 아냐 계속 해. 실패하면?

염석진 : 실패하면 돈만 되돌려주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와이 피스톨이 봉투 안 사진을 보다가 옥윤에서 눈길이 멈춘다.

 

하와이 피스톨 : 잠깐. 이 조선인 세 명이 죽어야 되는 이유가 뭐지?

염석진 : 밀정입니다. 일본 쪽 밀정.

하와이 피스톨 : 밀정이라..

포마드 : 우리 도련님은 실패 안 해. 그럼 열흘 후에 봅시다. 여기서.

 

포마드와 하와이 피스톨이 반대편 문으로 나간다. 포마드가 사진을 건네받으며,

 

포마드 : 왜 그러세요? 아는 사람이예요?

하와이 피스톨 : 잘 모르는 사람이야.

 

 

33. 상해. 거리. 밤.

 

염석진이 사사키와 식당을 나온다. 세광이 명우를 잡아채고 모퉁이에 숨는다. 명우가 낙담하며 주저앉는다. 염석진과 사사키가 걷자, 따라가는 세광과 명우. 택시가 골목 어귀에 보이자, 택시를 부르는 염석진. 그 순간 유리창에 비친 이세광과 명우. 염석진이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는데, 어께위로 총알이 스친다. 사사키가 세광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재빨리 총을 뽑아 이세광을 쏘는 염석진. 명우가 피하느라 넘어졌다. 일어나는데, 염석진의 총에 턱이 날아간다. 명우에게 가는 염석진. 명우가 배신자라고 말하지만 피범벅된 입은 웅얼거리기만 할 뿐이다.

 

염석진 : 선생님이 시켰냐?

 

이세광이 빌틀거리며 총을 쏘는데 염석진이 이세광을 쏘고 다가가 확인 사살한다. 총소리에 사람들이 모이자, 재빨리 골목을 빠져나가는 염석진. 명우가 숨을 헐떡거리며 하늘을 본다. 

정신없이 골목을 뛰는 염석진. 담벼락에 기대 숨을 고른다.

 

염석진 : 씨발 이제 어디로 가나?

 

 

34. 어느 조사실. 낮.

 

곱추 : 그때 이세광이가 스물둘. 명우는 열아홉. 세광이는 즉사했고 명우는 병신이 됐지.

조사관 : 지금 하신 말씀 반민특위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겠습니까?

곱추 : 조사관 양반. 반민특위가 뭐요? 친일파 처단하자고 만든 법 아니오? 국민들이 쌀이네 보약이네 보내고 막 그랬잖소. 근데 요샌 사람들이 그러더만. 위험하니까 증언하지 말라고. 작년에 노덕술이가 판사랑 국회의장 죽이려다 들켰지. 위에서는 반민특위 없앨라고 밟아대고. 여름에 검사들 테러당해서 사표 냈고. 자~ 염석진 잡을 수 있겠소?

조사관 : 사표 안 낸 검사도 있습니다.

곱추 : 그럼 오랜만에 염석진 얼굴 한 번 볼까?

 

 

35. 대법원. 낮.

 

대법원으로 뛰어가는 조사관. 복도를 걸어 반민특위 검사실로 들어간다. 문서를 들어 보이며,

 

조사관 : 검사님! 증언하시겠답니다.

검사 : 그래? 영장 받으러 가자.

 

(경과)

 

판사실. 판사와 마주앉은 검사와 조사관. 판사가 조사관의 문서를 읽는다.

 

판사 : 영장을 내줘도 문제가 있어. 반민족행위 특별법 국회에 상정됐던데. 폐지하기로.

검사 : 법이 폐지 되도 지금 기소하면 재판은 할 수 있습니다. 매국노가 애국자로 살면 안 되잖습니까?

판사 : 팩트만 얘기합시다. 우리. 여기서 팩트는 증인입니다. 이 노인네는 증언할 수 있다? 좋아요. 그런데 최초에 검사 쪽으로 날라온 투서는 누가 보낸거요?

검사 : 아직은 모르지만 찾고 있습니다.

판사 : 찾으세요.

 

 

36. 경성. 차 안. 낮.

 

김사장이 운전하는 차에 탄 옥윤. 덕삼. 상옥. 서소문 쪽 거리 모퉁이를 도는데, 차량과 사람들과 손수레가 엉켜있다.

 

김사장 : 저쪽에 시장이 있어서 이쪽 길로는 손수레가 많이 다닙니다. 가끔 짐이 쏟아지면 차가 엉키고 시끄럽죠.

안옥윤 : 역은 어느 쪽인가요?

김사장 : 저쪽으로 쭉 가면 되요. 잠깐 가솔린 좀 넣고 갈게요.

 

차가 우회전을 한다. 덕삼 상옥 옥윤 모두 주위를 둘러본다. 옥윤은 생각에 잠겨있다.

 

황덕삼 : 형님! 어떻게 생각하셔?

추상옥 : 뭘 어떻게 생각해? 기다렸다가 오면 쏘는 거지. 폭탄은 직접 던지나?

황덕삼 : 아니 그럼 누가 던져줘요? 핀 뽑고 숨 두 번 쉬고 불발탄이 있을지 모르니까 두 개를 동시에 휙~ 그런데 까딱 실수하면 내가 가는 거고.

추상옥 :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구 김원봉 둘 다 통밥은 못 굴려. 삼십명을 보내도 될까말깐데 우리 셋을 붙여? 이대로 도망이나 갈까부다. 받은 돈도 없는데.

황덕삼 : 왜이래요? 시계 받아먹구선.

추상옥 : 괜히 받았어. 싸구련데. 어제부터 안가 이거.

 

상옥이 옥윤 눈치를 쓱 보더니. 등을 툭 치며 어른 행세를 한다.

 

추상옥 : 어이 대장 도망갈 때 미리 얘기할게. 으허허. 겁먹었나 표정이 왜 그래? 저런데서 총 쏠 자신 있겠어?

안옥윤 : 여기서 경성 역까지 가는 길에 가솔린 가게가 또 있나요?

김사장 : 아뇨.

 

가솔린 가게로 들어오는 차. 화려하게 차려입은 가솔린 걸이 창문으로 다가온다.

 

가솔린 걸 : 자동차 원기 회복해주는 산뜻한 가솔린입니다. 얼마만한 양을 원하십니까?

김사장 : 80전.

가솔린 걸 : 가솔린 80전 펌프해드립니다.

 

가솔린 걸이 주유를 하는데, 옥윤이 차에서 내린다. 마담이 준 도로그림을 보며 걷는다. 옥윤이 생각에 잠긴다. 그런 옥윤을 바라보는 덕삼과 상옥. 

 

추상옥 : 쟤 뭐해?

 

(경과)

 

도로 그림 펼쳐진다. 가솔린 가게 앞 카페에서 옥윤이 설명한다.

 

안옥윤 : 아까 그 모퉁이는 좀 위험해요. 우리가 헌병들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니까. 그런데 만일 카와구치와 정인국 차가 가솔린을 넣어야 된다면? 원래 길에서 빠져나와야 되니까 (한 블록 아랫길) 이렇게 밑에 길로 해서 여기로 오겠죠. 헌병들은 자리를 이탈할 순 없으니까 계속 여기서 (대로 모퉁이들) 대기할테고. 그럼 우린 경호대만 상대하면 되잖아요.

황덕삼 : (길을 살피고는) 여긴 민간인도 많이 없고.

안옥윤 : 그 날 우리는 가솔린 가게를 접수하고 기다려요. 사장님은 가솔린을 넣어주다 가게 뒷문으로 나가서 우릴 기다리고. 덕삼동지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폭탄을 자동차에 던지고 그대로 달려요. 그 때, 타겟을 제가 맡고 상옥 동지는 경호대를 맡아요. 1분안에 끝내고 사장님 차를 타고 도주합니다. 우리 도주로는 어떻게 되죠?

김사장 : 노량진역에서 제물포로 가는 기차를 타고 밤 열시에 상해로 가는 계림호를 탑니다. 아일랜드 회사 이륭양행 소속이니까 안전해요.

안옥윤 : 좋아요. 우린 살아서 돌아갑니다.

 

모두들 옥윤 말에 집중하며 숨을 죽인다.

 

추상옥 : 저기 나는 대장이 그래도 머리는 중간은 가나부다 그랬었는데 영 빠가구만. 그 사람들이 가솔린을 넣으러 여기 왜 올까?

안옥윤 : 넣으러 오게 만들어야죠.

추상옥 : 누가?

안옥윤 : 차 좀 알아요?

황덕삼 : 모른다고 하면 병신 되겠는데.

안옥윤 : 사장님은 정인국 자동차를 맡아서 정비해주는 데를 알아봐서 덕삼동지를 넣어줘요. 우린 어디 매복할까요?

 

덕삼이 가리키는 건물. '세 놓음' 이라고 적혀있고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옥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덕삼이 상옥에게 손을 내밀자,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상옥이 엉겁결에 박수쳐주자,

 

황덕삼 : 아니 이거 말구요. 돈 달라고. 기차에서 술 판 거.

 

상옥이 돈을 꺼내준다.

 

 

37. 가솔린 가게 맞은편 건물. 낮.

 

3층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에게 돈을 건네는 덕삼. 무척 허름한 사무실이다. 네명이 창문 너머 가솔린 가게를 내려다본다. 품에서 깨진 안경을 꺼내 껴보는 옥윤.

 

 

38. 경성행 기차, 내부 밤.

 

열차칸 문이 열린다. 일본 장교복장의 하와이 피스톨. 군조(중사)복장의 포마드는 부상병처럼 팔과 턱에 붕대를 맸다. 자리에 앉아 옥윤 사진을 보는 하와이 피스톨.

 

포마드 : 그 예쁜 깔따구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삼천불입니다. 근데 좀 불안하네요. 그 깔따구 사진을 자꾸 보는게. 장가갈 때가 되셨나?

하와이 피스톨 : 나는 영감이 일본말 못하는 게 더 불안한데.

 

승무헌병이 다가오자, 포마드는 자기가 턱을 다쳐 말을 못하는다는 신음소리를 낸다.

 

승무헌병 : (일) 두 분. 어디까지 가십니까?

하와이 피스톨 : (일) 경성. 무슨 문제 있나?

승무헌병 : (일) 저희를 따라오시겠습니까?

 

(시간경과)

 

승무헌병이 기차 칸을 열자, 귀빈실이다.

 

승무헌병 : (일) 장교는 귀빈실에 앉으셔도 됩니다. 편히 가십쇼.

 

일본 신사. 귀부인. 장교 몇몇이 앉아있는 귀빈실. 경례 붙이고 앉는 하와이 피스톨.

 

여승무원 : (일) 음료 드시겠습니까?

하와이 피스톨 : (일) 레모네이드. 둘.

 

옆자리 일본장교 하와이 피스톨을 바라본다. 그는 카와구치 대위다.

 

카와구치 : (일) 육전대면 상해에서 오나?

하와이 피스톨 : (일) 네.

카와구치 : (일) 상해에서는 무슨 임무를 하나?

하와이 피스톨 : (일) 사람을 죽입니다.

카와구치 : (일) 허허.. 상해는 험하지. 경성은 낭만적이고. 조선은 물도 맑고 산도 좋고 술도 맛있고 여자들도 이쁘고 다 좋아. 나는 카와구치 대위네. 관동군 23사단.

하와이 피스톨 : (일) 육전대 다나까 소윕니다. 이쪽은..

 

레모네이드를 먹는데 애먹는 포마드를 보는 카와시마.

 

카와구치  : (일) 조선인?

포마드 : 에에?

카와구치 : (일) 조선인들이 상해에서 말썽이라던데.. 자네 조선인 많이 죽여 봤나?

포마드 : 에? (하와이 피스톨 눈빛을 살짝 보더니) 에.. 하이 하이.

하왕이 피스톨 : (일) 전 아직 없습니다. 카와구치 대위께선?

 

카와구치가 생각에 잠긴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다. 셋을 가리킨다.

 

카와구치 : (일) 경성엔 무슨 일로 가나?

하와이 피스톨 : (일) 비밀작전이 있습니다.

카와구치 : (일) 오~ 나는 결혼하러 가네. 조선인 여자랑.

하와이 피스톨 : (일) 그럼 이 분제는 (손가락 셋을 피며) 그분한테 비밀입니까?

 

카와구치와 하와이 피스톨이 서로 웃는다.

 

 

39. 상해. 아편굴을 겸한 술집. 밤.

 

아편방. 아편대가 뒹굴고 있다. 전화하는 염석진. 몽롱하게 널브러져 횡설수설이다.

 

염석진 : (한) 예전에 한형권이가 레닌한테 40만르불 받아와서 뭐했어? 독립운동 한다는 놈들이 서로 그 돈 먹을라고 죽이고 그랬잖아. 지들도 비즈니스다 이거지. 사사키! 나도 그렇고. 김구가 나를 암살할라고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우리 아버지보다 잘해줬는데. 사사키! (일) 아버지한테 잘 해. 근데 돈 밀린 거는 왜 안줘? 사사키!

영사관 직원 : 염상! 사사키는 죽었습니다.

염석진 : 잠깐만 우웩~

 

ins. 영사관 직원이 전화기를 난감하게 바라본다.

염석진이 세숫물에 얼굴을 처넣고 흔든다. 그릇 깨지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총을 겨눈다. 김구가 다가온다. 염석진이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 김구를 향해 총을 쏜다. 김구가 쓰러지는데, 아편방 직원이다. 웅성거리는 소리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와 거친 중국말.

 

(경과)

 

일본 영사관 직원들이 시체를 치우고 있다. 염석진은 소파에 늘어져 앉아있다.

 

염석진 : (일) 분명히 김구였다고.

 

염석진이 쾡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키는데, 술잔을 잡아 내려놓는 손. 영사관 직원이다. 지폐 몇 장을 거내자 염석진이 꾸낏한 지폐를 세보더니 피식 웃는다.

 

염석진 : 이제 내가 똥값이라 이건가? 서로 모르는 처지로 살자 이거지?

영사관 직원 : 정보를 못 가져오잖아 이제.

염석진 : 왜이래? 나를 비싸게 사줄 곳이 남았어.

영사관 직원 : 그게 어딘데?

염석진 : 경성!

 

 

40. 서울. 반민특위 법정. 낮.

 

중년 모습의 염석진.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듭는다. 감옥 문이 열리자 염석진이 외투를 입고 나간다. 교도경찰과 함께 복도를 걷는 염석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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