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사무실 앞에 인력거 여러 대와 택시들이 줄지어 있고 인력거꾼 택시 운전수들이 드럼통에 불을 피우며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사복으로 갈아입는 하와이 피스톨과 포마드가 조합사무실로 들어가는 걸 바라본다. 전화기 여러 대를 갖춰놓은 조합사무실. 한켠에선 인력거꾼 둘이 식사중이고, 사무장이 정중하게 일어난다.
사무장 : (일) 어서 옵쇼. 인력거 쓰십니까? 택시 쓰십니까?
하와이 피스톨이 사진을 꺼내 탁자에 던지고 포마드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포마드 : 애들 태운 적 있지?
사무장 : 하이고 우리가 경성 사람 다 태우는 것도 아니고.
포마드 : 여기 나와바리가 경성역이라던데. 기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 여기 인력거 탈 거 아냐.
사무장이 눈짓하자 인력거꾼 둘이 사진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사무장 : 좀 걸리겠네요. 헌병대에서 나오셨나요?
포마드 : 돈 내고 물어봐 그런 거는.
인력거꾼이 사진을 보며 나가다가, 다시 들어온다.
인력거꾼 1 : 잠깐만요. 이 거 그 여잔데요. 며칠 전에 경성으로 다시 왔는데 맞죠? 이름이..
인력거꾼 2 : 미츠코상!
46. 미츠코시 백화점. 낮.
백화점을 걸어 나오는 옥윤. 사람들한테 밀려 맞은편에서 걷는 여인의 쇼핑백을 친다. 옥윤과 똑같이 생긴 미츠코가 쇼핑백을 떨어뜨리고는 카와구치에게 이런 경우를 봤냐는 듯 본다.
미츠코 : (일) 어제도 이랬어. 어후 경성 애들 매너 너무 없어. 미츠코시 물건 볼 것도 없는데.
카와구치 : (일) 미츠코! 하여튼 그 얘긴 아버지한테 하지 마.
미츠코 : (일) 할 건데. 나는 결혼하고 만주가서 못살아.
쇼핑백을 집던 미츠코가 갑자기 뒤돌아본다. 뭐지? 백화점을 나가는 옥윤 얼굴을 보고 의아해 한다. 갑자기 쇼핑백을 카와구치에게 건네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걷는다.
47.미츠코시 백화점. 낮.
사람들을 뚫고 백화점 밖으로 나오는 미츠코. 어디 갔지? 사방을 바라보는데, 전차에 탄 안옥윤이 보인다. 미츠코가 뛴다. 사라들에 막힌다.
미츠코 : 잠깐만요. 저기요!
옥윤이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돌아보지만 미츠코를 보지 못한다. 전차는 코너를 돌며 사라진다. 백화점 앞 미츠코가 멍하니 바라본다. 카와구치 대위가 좇아 나온다.
카와구치 : (일) 뭘 봤는데?
미츠코 : (일) 나랑 똑같이 생긴 여자.
카와구치 : (일) 경성에 자기랑 똑같이 예쁜 여자가 어딨어?
미츠키 : (베시시,일) 그야 그렇지. 물론 뭐 나보다 예쁘진 않았고 스카프는 이쁜 거 맸던데.
카와시마와 다시 백화점으로 들어가려던 미츠코가 다시 뒤돌아본다.
미츠코 :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일) 카와구치! 나 먼저 집에 가요. 오늘 데이트는 여기서 끝.
미츠코가 택시를 잡으려하지만 지나간다. 인력거를 잡아탄다.
48. 정인국 집. 오후.
쇼핑 가방을 놓고, 안방을 여는 미츠코. 벽에 크게 걸린 일장기. 정인국은 없다. 거울 앞에서 새침 한 번 떨고는 가방과 모자를 걸으면서 팽개친다. 하녀가 따라다니며 챙긴다.
미츠코 : 집사는?
하녀 : 자동차 보고 계시던데요.
미츠코 : 아저씨! 아저씨 나랑 잠깐 얘기 좀.
집사 : (기사에게) 지금 전화해서 수리하러 오라고 해. 아가씨! 차분하게 자~ 말도 슬로우 슬로우. 외투부터 벗으시고.
미츠코 : 어렸을 때 쌍둥이 언니가 하나 있었는데 죽었죠? 맞죠?
집사 : 그랬었죠.
미츠코 : 강도들에게 납치됐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그랬죠? 맞죠?
집사 : 예.
미츠코 : 안 죽었어요 그때. 왜냐? 오늘 내가 나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봤거든.
집사 : 음...
미츠코 : 음?
집사 : 예전에도 그러셔놓고.
미츠코 : 지금은 진짜래니까. 진짜 예쁘게 생겼다니까 나처럼.
집사 : ... 그렇다면 찾아볼까요? (수첩을 꺼내 적으며) 어디서 봤습니까?
미츠코 : 백화점. 미츠코시.
집사 : 쇼핑을 하러왔을 수도 있고. 손에 뭘 들고 있었나요?
미츠코 : 나는 얼굴만 봤지. 암튼 찾는 건 아저씨 전문이잖아.
대문이 열리고 식산은행장이 오자 정인국이 현관에서 나온다.
미츠코 : 아빠한테는 얘기하지 마. 알았지? 둘만의 비밀~ 파파!
정인국 : 하이고~ 우리 미츠코. 왜 나왔어 쌀쌀한데.
정인국 얼굴이 환해지더니 미츠코를 안고 습관처럼 볼을 내주자 미츠코가 살짝 뽀뽀한다.
미츠코 : (일) 안녕하세요. 우리 아버지가 또 돈 빌려 달래요?
식산은행장 : (일) 식산은행 돈을 다 달랜다. 허허.
그 뒤로 기사가 전화를 거는 게 보인다.
기사 : 앞쪽에 우측 라이트만 교체하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49. 카페 아네모네. 오후.
영업 시작하기 전 카페. 여급 몇이 청소하고, 악사는 혼자서 기타를 연주한다. 내실에서 옥윤이 나사가 박힌 개머리판을 확인하고 총에 부착시킨다. 어께에 견착하는 옥윤.
안옥윤 : 잘 맞춰났네요.
마담 : 좋은 냄새 나네요. 향수?
안옥윤 : 해피니스라는데 무슨 뜻이예요?
마담 : 행복.
안옥윤 : 백화점 사람들은 행복해보였어요. 다들 웃고 즐겁고..
마담 : 웃고 즐거운 건 죄가 아니잖아요. 부잣집 셋방살이도 즐겁다면 즐겁고 슬프다면 슬픈거니까. ( 배표를 주며) 계림호 배표예요. 내일 끝나면 집에 가네요?
안옥윤 : 전 원래 집이 없어요.
마담 : 생기겠죠 살다보면. 내일 내 남편은 무사히 여기로 보내줘요.
옥윤이 총을 가방에 넣고 마담에게 경례를 붙이련느데 마담이 안아준다. 옥윤이 미소 짓고 커튼을 열고 나간다.
50. 정인국 집 안. 차고. 오후.
기사가 덕삼과 상옥에게 차를 보여준다.
황덕삼 : 이것도 갈고 딴 데도 좀 봐드리겠습니다. 물 한잔만 주십쇼.
기사가 나가자, 상옥이 차 문을 열고 계기판을 뜯는다.
추상옥 : 가솔린 통에 구멍만 내면 되잖아.
황덕삼 : 그럼 내일 차가 아예 출발을 못하잖아요. 가솔린게이지로 오는 선을 끊어놔야 내일 시동 걸면 자동으로 게이지 바늘이 밑으로 떨어지죠. 그거나 빨리 뜯으슈.
상옥이 라이트를 뜯는다.
52. 정인국 집 앞. 오후.
오토바이를 탄 하와이 피스톨과 포마드가 멈춘다. 모퉁이를 꺽어서 정인국 집을 본다. 순경들과 헌병들 보인다.
포마드 : 보통 집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와이 피스톨 : 기다려야지. 근데 차를 훔쳐야지. 추운데 이거 오토바이에서.
포마드 : 오래 안기다릴 것 같네요. 도련님!
문이 열리고 덕삼과 상옥이 나온다. 하와이 피스톨이 포마드 어께를 툭 치고 몸을 순긴다.
추상옥 : 먼저 갈란가. 나는 카페에서 내 톰슨 좀 챙겨갈테니까.
황덕삼 : 에~ 이 양반. 마담이 맘에 드슈?
추상옥 : 좋지. 남편 없으면 춤도 또 추고.
상옥이 걷고 덕삼은 차를 몰고 간다.
하와이 피스톨 : 영감은 저 놈 미행해서 위치만 확인해 놔.
포마드 : 도련님은?
하와이 피스톨 : 저놈부터 시작해야지.
하와이 피스톨이 내리고, 포마드가 덕삼 차를 따라간다. 하와이 피스톨이 상옥을 좇는다.
52. 미츠코시 백화점. 늦은 오후.
집사가 백화점 안경점 직원에게 미츠코 사진을 보이며,
집사 : 오늘 이 여자 분이 여기 왔다고 하던데. 저기 화장품 파는 여자가 그러데.
안격점 직원 : 네. 이거요. 있다가 안경 배달서비스 갈려는데요.
집사 : 이건가? (옥윤 안경을 보더니) 안경테가 낡았네.
53. 가솔린 가게 앞 길. 늦은 오후.
덕삼이 가솔린 가게 맞은편 건물에 차를 세운다. 포마드 차가 멈춘다. 3층 창문으로 가솔린 가게를 보고 있는 옥윤에게 덕삼이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건물로 올라간다. 건물로 걸어가며 그 모습을 보는 포마드. 1층 가게 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
포마드 : 어르신. 3층은 뭐하는 뎁니까?
할아버지 : 사진관 할거래 매일 나와서 뺑끼칠하더라고.
포마드 : 아.. 매일 나와서.
54. 경성 거리. 어스름한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 복잡한 도로를 건너는 상옥. 그 뒤를 따라가는 하와이 피스톨. 상옥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돌아 노점에서 찐빵 한 봉지를 산다. 하와이 피스톨이 상옥을 지나쳐 걷는다. 상옥이 찐빵을 먹으며 하와이 피스톨을 따라 걷는다. 하와이 피스톨이 상점 안을 보는 척 하는데, 상옥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55. 골목 안. 저녁.
상옥의 뒷모습을